심리학박사의 몸 마음 건강 비법

강인성

 강인성은 인생이 의미 있고 통제할 수 있으며, 도전적이라는 일련의 믿음을 나타낸다. 강인성은 몰입과 통제, 도전의 세 가지 성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강인성은 스트레스에 대한 대처 능력을 높여줌으로써 건강에 도움을 준다고 정의된다. 많은 연구에서 높은 강인성은 낮은 신체 증상의 보고와 관련이 있었다. 그러나 신체 증상의 자기보고는 질병이 아니라 질병 행동의 지표로 간주하기 때문에 이러한 연구에서 강인성과 질병과의 관계를 확인하기는 어렵다.

 강인성의 생리적 기제(예: 혈압 등)를 밝히는 연구들은 일관성 있는 결과를 산출하지 못하였다. 반면에 강인성의 인지적 기제를 밝히는 연구들에서는 강인성이 높은 사람들이 낮은 사람들보다 객관적인 스트레스 상황을 덜 위협적이고 통제할 수 있는 상황으로 평가한다는 결과를 얻었다.

 강인성과 건강의 관계에 대한 연구는 강인성의 개념이 가지고 있는 심리 측정의 문제 때문에 명료한 결과를 얻기 어렵다. 우선, 강인성은 신경증 성향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강인성의 독립적인 영향을 확인하기 어렵다. 또한, 강인성이 단일 개념이 아닌 세 개의 성분으로 구성된 복합 개념이라는 점도 명료한 연구 결과를 얻기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된다.

억제된 권력 동기

 권력 동기는 다른 사람들에 대하여 통제하고 영향을 미치며 공격하고, 심지어 도움을 줌으로써 영향력을 가지려는 욕구로 정의된다. 권력 동기를 건강과 연결하는 개념적 모형에 따르면, 권력 동기가 자기 억제나 상황적 요인들과 같은 심리적 과정에 의해서 억제되거나 좌절될 때 신체적 질병의 발달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억제된 권력 동기는 투사 검사의 일종인 주제통각검사(TAT)로 측정된다.

 권력 동기의 억제는 고혈압과 면역 능력의 저하 등을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또한,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 영향력이나 통제력을 확립하려는 시도는 심장혈관 반응성을 높였다.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사회적 집단들을 반복하여 재조직하는 데서 유발된 스트레스가 지배적인 수컷 원숭이에게서 동맥 경화증을 유발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권력이나 지배성과 연합된 사회 행동이 질병 위험을 높이는 생리적 스트레스 반응과 관련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그 외 정서적 특성들: 낙관성, 부적 정서, 정서 표현성

 낙관성, 부적 정서, 정서 표현 억압성 등의 정서적 특성들도 건강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가정되어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다. 삶에서 좋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일반화된 기대를 지칭하는 낙관성은 신체적 건강의 지표와 정적인 관계를 보이지만, 만성적으로 부적 정서를 체험하는 성향인 부적 정서 성향은 실제 건강보다 건강에 관한 불평과 같은 질병 행동과 관련을 보였다. 정서를 외적으로 표현하는 정도를 지칭하는 정서 표현성도 건강과 관계가 있을 것으로 시사하는 증거들이 있지만 아직 충분한 연구가 축적되지 않은 상태이다. 

 신경증 성향은 정서적 불안정성과 걱정, 불안, 우울, 신체적 증상의 호소 등으로 특징되는 성격 특질이다. 신경증 성향은 매우 안정적이며 유전의 영향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경증 성향을 측정하는 도구 중 잘 알려진 것은 아이젠크 성격 검사(Eysenck Personality Inventory)의 신경증 성향 척도와 네오 성격 검사(NEO Personality Inventory)의 신경증 성향 요인이다.

 심리학자 아이젠크는 성격 이론의 유형론을 제기했던 히포크라테스의 체액 기질 가설 즉, 다혈질과 우울질, 담즙질, 점액질의 네 가지 기질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며, 성격 이론의 특질 이론을 제기하였다. 아이젠크는 히포크라테스의 체액 기질 가설을 바탕으로 현대의 경험적 성격 이론과 결합하여 인간의 성격을 분류하였다. 아이젠크는 생물학적 기반을 조사하여 성격의 유전적 결정 요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분석하였다. 먼저, 신경증적 경향성 차원에서 생물학적 기저를 정서와 불안 수준 등에 따라 정의하였다. 또한 외향성과 내향성의 경향성 차원에 대해 대뇌 피질 각성 수준에 따라서 결정된다고 보고, 자극에 대한 민감성, 사회성, 활동성에 따라 달라진다고 보았다. 마지막으로 정신병적 경향성 차원에 관하여 강인성과 충동성, 창조성 등의 행동 특성과 연관 지으며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수준에 따라 결정된다고 설명하였다.

 신경증 성향은 질병의 다양한 측정치들과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인다. 부적 정서는 자율 신경계의 변동 및 나쁜 건강 습관(흡연, 음주 등)과 연관되므로 질병의 발전에 기여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연구가 주관적인 질병 지표(예: 자기 보고식 증상 점검표)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신경증 성향이 실제 질병보다는 질병 행동이나 정신 신체적 효과와 관련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질병 행동 가설은 많은 연구에서 지지가 되었다, 즉, 신경증 성향은 신체적 질병 자체보다는 일반적인 신체적 감각을 질병으로 지각하여 보고하거나 행동을 취하는 경향성과 높은 상관을 보였다. 비록 연구 결과들이 전적으로 일관성이 있지는 않지만, 신경증 성향을 질병의 위험 요인으로 보기는 어렵다.

 신경증 성향과 질병 행동 사이의 관계성은 성격과 건강 연구에 경종을 울린다. 첫째, 성격과 건강 연구에서 자주 사용되는 주관적 건강 측정치는 성격 변인과 독립적이 아니므로 성격과 건강 간의 정확한 관계를 보여주지 못한다. 둘째, 건강과 관련하여 자주 연구되는 성격 변인들이 신경증 성향과 개념적으로 유사하거나 관련성이 높다. 셋째, 성격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중재하는 것으로 가정되는 변인들(스트레스 생활 사건, 사회적 지원, 건강 행동 등)이 신경증 성향과 관련되어 있다. 이처럼 상이한 구성 개념들이 보이는 중복성이 성격과 건강 간의 정확한 관계를 밝히는 데 장애가 된다.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성격 특성으로는 Type A 행동 패턴, Type C 행동 패턴, 신경증 성향, 강인성, 억제된 권력 동기, 정서적 특성(낙관성, 부적 정서, 정서 표현성 등)이 거론되어 왔다.

Type A 행동 패턴

 Type A 행동 패턴은 경쟁심, 적개심, 조급함, 성취에 대한 갈망, 일에 대한 몰두, 요란하고 폭발적인 언행 등의 행동 패턴을 총칭하며 이러한 행동 패턴을 보이는 사람들은 관상 심장 질환을 발전시킬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임상 장면에서 관찰되었다. Type A는 보다 느긋하고 태평한 Type B와 대비된다.

 Type A 행동과 관상 질환과의 연결에서는 생리적 반응성이 핵심 역할을 하는 것으로 설명된다. 앞에서 언급한 성격과 건강 모형 중 상호작용적 스트레스 조절 모형을 적용하면, Type A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경험하면 심장혈관 및 신경 내 분비 변인들(예: 혈압, 맥박, 카테콜라민 등)에서 Type B보다 더 큰 증가세를 보인다. 상호거래적 스트레스 조절 모형에서는 Type A 사람들이 스트레스에 보다 더 큰 생리적 반응을 보일 뿐 아니라 생각과 행동을 통하여 보다 심하고 빈도가 잦고 지속적인 스트레스 사건을 만들어낸다고 본다. 한편, 체질적 소인 모형에서는 Type A 사람들이 보다 반응적인 교감 신경계를 유전적으로 갖고 태어났으며 이러한 교감신경계의 반응성이 Type A 행동 스타일과 시장 혈관 질환에 다 같이 기여한다고 설명한다.

 Type A 행동 패턴을 측정하기 위한 도구로 구조화된 인터뷰와 젱킨스 활동 설문지가 개발되었다. 구조화된 인터뷰는 경쟁심, 조급함, 공격성 등을 유발하도록 설계된 표준적 질문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러한 내용들에 덧붙여서 말하는 속도, 크기, 폭발성 등과 같은 표현 스타일도 측정한다. 젱킨스 활동 설문지는 구조화된 인터뷰와 같은 질적 검사가 아닌 표준화된 검사이다. 그러나 젱킨스 활동 설문지는 구조화된 인터뷰와 낮은 상관관계를 보였으며, 두 측정 도구 중 구조화된 인터뷰가 Type A 행동 패턴을 측정하는 것에 보다 더 적절한 도구로 평가되고 있다.

 미국 심장 협회는 Type A 패턴이 관상 질환의 위험 요소라고 공인했지만, Type A와 관상 질환 사이의 연결에 관한 증거들은 초기에 기대했던 것만큼 일관성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이러한 비일관성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서 Type A를 구성하는 개별 성분들을 독립적으로 연구한 결과, 억압된 적개심이 특히 건강에 해를 주는 독소적인 요소로 나타났다. Type A라도 적개심이 두드러지지 않으면 관상 심장 질환에 큰 위협이 되지는 않았다. 적개심은 관상 심장 질환뿐만 아니라 모든 원인의 사망률을 상승시키는 독소로 밝혀졌다. 최근에는 적개심을 비롯하여 사회적 지배성도 관상 심장 질환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증거가 제시되었다.

 Type A와 대비되는 행동 패턴으로 Type C 혹은 암 취약 성격이 거론되기도 한다. Type A인 사람들이 분노, 적개심, 폭발적 스타일을 보이는 데 비해 Type C인 사람들은 부적 정서의 표현을 회피하는 스타일을 보인다. Type C 행동 패턴은 암 유발의 위험 요소로 알려졌지만, Type A만큼 집중적으로 연구되지 않았으며 아직 충분한 증거가 축적되지 않았다.

 지난 포스팅에서 성격과 신체적 건강의 연관성에 대해 알아보았다. 정신분석 이론에서도 성격과 질병의 관계를 다루었지만, 최근의 성격심리학 연구들은 경험적 증거를 중시한다는 점에서 의학과 심리학 양쪽에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아직 성격과 건강을 연결하는 기제에 관해서는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 성격과 건강의 연결 모형을 알아보고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 성격 특성들을 알아보자. 지난 포스팅에서는 스트레스 조절 모형의 두 가지 형태인 상호작용적 스트레스 조절 모형과 상호거래적 스트레스 조절 모형에 대해 논의하였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건강 행동 모형과 체질적 소인 모형, 질병 행동 모형에 대해서 알아볼 것이다.

건강 행동 모형

 1. 성격과 생리적 각성 간의 직접적 연결을 가정하는 스트레스 조절 모형과 달리 건강 행동 모형에서는 성격이 개인의 건강 습관의 질을 통하여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즉, 성격은 개인의 건강 행동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질병과 연결된다는 것이다.
 2. 흡연, 운동 부족, 과식 등과 같은 나쁜 건강 습관은 질병으로 발전될 위험성을 높인다.
 3. 강인성, 신경증 성향, 적개심 등은 건강을 증진하거나 건강에 해로운 행동을 할 경향성과 관련된다.
 4. 성격과 건강 행동 사이에 평가와 대처의 조절 변인이 개입될 수도 있다. 즉, 건강 행동은 스트레스 동안에 후퇴하기도 하고, 흡연이나 음주 등의 건강 행동은 퇴행적 혹은 회피적 대처 행동으로 볼 수도 있다.
 5. 건강 행동 모형의 약점은 성격과 포괄적인 건강 행동 간의 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건강 증진 행동과 건강 훼손 행동 간의 상관이 낮고 안정적이지 않을 경우 이 둘의 종합인 포괄적인 건강 행동이 성격과 높은 상관을 보일 가능성도 작다. 그러므로 포괄적인 건강 행동이 성격과 건강 간의 강력한 조절변인으로 확인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체질적 소인 모형

 1. 체질적 소인 모형에서는 성격과 질병 간의 통계적 연관이 직접적인 인과관계라기보다는 제삼의 변인이 작용한 결과라고 주장한다.
 2. 개인은 유전적으로 특정 병리 생리적 과정들(고양된 교감 반응성이나 스트레스 반응을 완화하는 부교감 활동의 취약 등)에 대한 소인을 갖고 있으며, 이러한 소인들이 질병과 성격(측정된 성격이 행동, 인지, 정서적 측면들)의 발전에 동시에 영향을 미친다.

 3. 그러므로 성격과 질병 간의 탄탄한 연관성은 사실 부수적인 현상일 따름이다.

 4. 아직 다양한 성격 변인들과 관련하여 체계적으로 연구되지는 않았으나 성격의 유전성에 대한 증거들로 비추어, 성격과 건강의 연결고리에 미치는 유전적 요인들의 영향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질병 행동 모형

 1. 질병 행동 모형에서는 성격이 실제 질병보다 질병 행동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가정된다.

 2. 질병 행동은 자신이 병에 걸렸다고 지각한 사람들이 취하는 행동들(증상의 보고, 결근, 진료받음, 자기치료 등)을 지칭한다.

 3. 질병 행동은 심리적 요인들에 의해서 영향을 받는다. 금욕적인 사람들, 질병 공포증인 사람들, 신경증 성향의 사람들 간에 질병 행동에서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